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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은 다른 케이팝과 뭐가 달랐나

Added on by Sanghoon Kim.

얼마전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다. 케이팝이 어떻게 세계로 퍼져나가는지를 설명해 보겠다는 얘기였다. 자료를 만든 트리움은 YG엔터테인먼트의 의뢰로 이 분석을 시작했다. YG 스스로도 놀랐으니까. 도대체 왜 갑자기 싸이가 뜬 거지? 이유가 뭐지? 이러저런 사정으로 이 기사를 쓰느라 강남스타일 얘기는 소개하지 못했지만 이 분석자료를 나도 볼 기회가 있었다. 기사엔 잘 소개되지 않았는데 내겐 트리움이 주목했던 허브 역할을 하는 중간자들이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스쿠터 브라운과 티페인 덕분이라고 설명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8월 1일 싸이는 ‘자고 일어나니 월드스타’가 돼 있었다. 미국에서 유명인들이 잇달아 강남스타일에 대한 호평을 트위터로 쏟아냈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도 싸이를 소개했다는 유명한 얘기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월드스타가 된 것도 아니다. 강남스타일 열풍은 미국을 넘어 아시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유럽으로도 번졌다. 싸이 본인은 물론이고 YG엔터테인먼트도 놀랐다.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인 트리움은 YG엔터테인먼트의 의뢰를 받아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어떻게 퍼져 나간 것인지 분석했다. 시작은 알려진 대로 미국의 유명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미국 인기 가수들의 트윗 덕분이었다. 하지만 6일 이후 강남스타일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계기로.

큰 화재를 일으키는 것도 원래 작은 불꽃이 시작이다. 이 경우 불꽃은 미국 팝스타들의 트윗을 본 ‘SGTeacherSays’라는 싱가포르의 한 트위터 사용자였다. SGTeacherSays의 팔로어는 6000명 남짓. 적은 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인기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의 강남스타일 트윗이 불꽃을 일으켰다. 74만 명의 팔로어가 있는 유력 한류 매체 ‘올케이팝(allkpop)’ 트위터가 이 사람의 트윗을 소개한 덕분이다. 결국은 유명 매체가 모든 걸 만들었다고 했을지 모르지만 SGTeacherSays가 없었다면 올케이팝은 이 시기에 싸이 얘기를 꺼낼 리가 없다. 결정적인 중개자가 된 것이다.

이런 식의 바이럴 마케팅에서는 팔로어 숫자가 많은 '파워 트위터 사용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특정 집단과 집단을 연결하는 허브의 존재다. 트리움의 조사에서는 팔로잉-팔로어 숫자보다 누가 누구와 어떤 종류의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게 고려됐다. SGTeacherSay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용자는 일종의 위트가 담긴 트윗을 날리는 촌철살인의 '영어 교사'(라고 주장한)다. 열혈 케이팝 팬이 아니다. 하지만 영어 교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 팝에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티페인의 트윗을 봤다.  올케이팝 같은 케이팝 전문 매체는 이전에도 강남스타일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땐 의미가 없었다. 한류의 메인 소비지였던 아시아에서 싸이는 수많은 케이팝 사이에 묻혀, 그것도 꽃미남 아이돌 사이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괴한 유머코드 덕분에 흥미롭게 받아들여졌고, SGTeacherSays는 이걸 싱가포르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 역수입했다. 케이팝 사이에선 못난 B급이었던 싸이가 미국 팝 사이에 놓고보니 엄청 쿨했고, 그래서 재조명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유명인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특히 중요한 건 이들이 이질적인 집단 사이의 연결 고리라는 점이다. 바이럴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초기 수용자 집단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케이팝의 경우 올케이팝 같은 전문 매체가 아무리 떠들고 대서특필하는 주제가 생겨도 그건 올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컬트에 불과하다. 캐즘을 넘어 초기 다수에게 수용되기 위해선 중간자의 존재가 필수다. 스쿠터 브라운과 티페인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그들은 미국 팝 시장에서만 영향력이 있을 뿐이니까.

캐즘을 넘기 위해 필요한 건 이질적인 집단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이런 작은 불꽃이 될만한 허브 사용자들이다. 말은 쉬운데, 기존에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파악하질 못했다. 하지만 트리움은 이런 사람들을 찾아냈고, 그들의 중요성을 계량화했다. 가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마케팅에서 늘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는지도 모르겠다.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를 맹신한 뒤 해당 시장에 물량을 퍼붓고 그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성공한 제품들은 결코 세분화된 시장에 갇혀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뉘어진 시장 사이를 연결해주는 허브 사용자들을 붙잡는 게 중요한 셈인데, 기존에는 그런 허브를 찾는 게 불가능했다. 이젠 된다. 제대로 마케팅 예산을 쓰고 싶다면, 허브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